성읍조일훈가옥 (城邑趙一訓家屋) / 국가민속문화재 제68호
소재지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정의현로34번길 32 (성읍리)
설 명 :
예전 정의(旌義)고을의 객사(客舍)였던 성읍초등학교 자리와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그 남쪽에 위치해 있는 이 가옥은 본래 객주집이었다고 전해진다. 조선 후기에 지은 것으로 보이며 325평에 이르는 넓은 터에 안거리(안채, 20평), 밖거리(바깥채, 18평), 모커리(안거리와 밖거리 사이에 가로 놓인 집채, 6평), 창고(10평), 이문간(대문간, 5평) 등 다섯채의 건물이 마당을 중심으로 ㅁ자로 알맞게 배치되었다. 건물들은 모두 바람에 지붕이 날리지 않도록 새끼줄로 그물처럼 덮어 놓았다.
집의 가장 안쪽에 자리잡은 안채는 제주도의 전형적인 3칸형식이다. 구성은 가운데 칸에 대청, 대청 왼쪽에 부엌(정지)과 작은방(작은구들)을 두었고, 오른쪽에 안방(큰구들)과 곡물을 보관해 두던 고팡을 꾸몄다. 안방과 대청 앞으로는 반칸 툇마루를 두었다. 안거리의 문들은 근래 많이 변형되었지만 주춧돌이나 풍채의 받침돌, 물팡(제주 특유의 물을 긷는 동이인 ‘허벅 ’을 얹혀두는 대석(臺石)) 등도 품위 있는 옛 민가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문을 들어서 오른쪽 곁에 있는 바깥채는 작은방과 툇마루를 놓지 않았을 뿐 안채와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농기구와 마소에 물을 먹이던 돌구유, 객주집일 때 쓰던 돈궤를 보관하고 있어 농가와 객주로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창고가 있는 자리에는 가축을 이용해 곡식을 찧던 말방애가 있었는데 지금은 헐어서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개인의 집 안에 이와 같은 기구를 설치했던 예는 제주도에서는 보기드문 일로 농가의 특징을 한층 높이고 있다. 많은 마소를 사육했었기 때문에 울타리 안에 마소를 매어두는 시설물이 설치되었었고, 마소를 매어 두는 공간과 안마당 사이에는 정낭( 門 을 대신하는 나무를 가로지르는 제주 특유의 시설)이 걸쳐졌었다. 지금도 정낭을 걸치는 데 쓰이는 ‘정주목 ’이라는 구멍 뚫린 돌기둥이 남아 있다.
이 가옥은 예전 고을 당시의 주요도로인 남문 길에 울타리를 두르고 있고,‘노다리방죽 ’이라는 남문 길 옆 작은 못과 대문간이 맞서고 있어 정의고을의 요소(要所)에 위치한 셈이다. 따라서 집으로 들어오는 기다란 좁은 골목인 ‘올레 ’는 없고 규모있는 대문간이 길가에 뚜렷이 배치되었다. 그리고 이 가옥이 마을의 요소에 배치되었으므로 서쪽 울타리 돌담에는 “참봉이기선휼궁비(參奉李奇善恤窮碑) ”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기도 하다. 18세기 말에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 이 가옥은 정의고을의 중심가에 있는 전형적 민가이고 예전 객사(客舍)와 이웃해 있는 객주집이면서, 근간에 이르러서는 독농가(篤農家)의 가옥으로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개인소유의 말방애(연자마)가 뜯겨진 점은 아쉽다 하겠으나 이 가옥의 특이성을 증거할 만한 시설과 민구(民具) 일부가 보존되어 있음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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