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사현왕도 (守國寺 現王圖) /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47호
소재지 : 서울 은평구 갈현동 314 수국사
이 불화는 1907년 월초거연(月初巨淵)이 화주(化主), 강재희(姜在喜)가 대시주가 되어 대황제폐하 성수만세(聖壽萬歲), 황태자전하 경수천세(慶壽千歲), 황태자비전하윤씨 보령천추(寶齡千秋), 황귀비전하엄씨 보수제년(寶壽齊年), 의친왕전하 보수무강(寶壽無疆), 의친왕비전하 보록장춘(寶籙長春), 영친왕전하 보소여해(寶笑如海) 등을 기원하며 제작 봉안한 현왕도이다.
편수(片手) 보암긍법(普庵肯法)과 두흠, 금어 범화정운, 운호재오, 행언이 함께 그렸으며 규격이 가로 248.3cm에 세로 150.8cm로, 대부분의 현왕도와 달리 가로로 긴 화폭이며, 현왕도로서는 매우 큰 규모에 속한다.
현왕도란 죽은 지 3일 만에 심판하는 현왕과 그 권속을 도상화한 것으로 현왕은 염마왕(閻魔王)을 여래화시킨 보현왕여래를 말한다. 이 작품은 재판을 하는 모습의 현왕을 중심으로 대륜성왕과 전륜성왕, 판관, 녹사, 천동 등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현왕을 비롯하여 여러 존상들은 각기 바라보는 방향을 달리한 채 자유로운 몸짓으로 표현 되고 있어 화면 전체에 생동감이 느껴진다. 현왕은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 채 십자형의 문양이 새겨진 천으로 덮혀 있는 등높은 의자에 앉아있다. 머리에는 경전을 접어 올려 장식한 관을 쓰고 있고 오른손에는 두루마리를 쥐고 있는데, 수염이 성성한 노인이 붉은 관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망자를 심판하는 재판관이라기 보다는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린다. 현왕의 앞에 놓인 책상 위에는 화엄경과 벼루, 붓, 연적 등이 놓여있다. 현왕의 주위로는 대륜성왕과 전륜성왕을 비롯하여 여러 명의 녹사와 판관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두루마리 또는 칼 등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관리의 복장을 하고 있으며, 화면의 가장 위에 자리하고 있는 동자들은 부채, 당번(幢幡), 산개(傘蓋) 등을 들고 있다. 그중 현왕 앞에 있는 두 인물은 현왕 쪽으로 몸을 굽히고 한 사람은 두루마리를 받치고 있고 한 사람은 두루마리를 받는 모습이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동적으로 표현되었다.
채색은 적색과 녹색이 주조색을 이루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적색이 많이 사용되었으며, 금니와 청색, 백색 등이 함께 사용되었다. 당시 불화들과는 달리 청색의 사용을 자제하여서인지 다른 색과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필체와 인물 표현력 등 여러 면에서 그림의 격이 높으며, 아미타불화 못지않은 화려한 문양과 섬세한 필치 등이 돋보인다. 특히 등 높은 의자에 시문된 문양이라든가 현왕을 비롯한 권속들의 옷에 시문된 금니의 문양은 화려하면서도 섬세하다. 그런가 하면 인물들의 얼굴은 붉은 색으로 윤곽을 그린 후 선염을 해서 입체감이 느껴지며, 현왕은 수염 하나하나 까지도 묘사하는 등 세밀한 필치가 엿보인다.
수국사 현왕도는 1907년 12점의 다른 불화와 함께 일괄조성된 것으로, 왕실의 안녕과 황제 등의 수명장수를 위해 조성, 봉안되었다. 현왕을 중앙에 두고 권속을 좌우로 배치하여 가로폭이 넓은 화폭을 구성하는 등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금니의 사용과 조화된 채색,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문양, 철선묘의 안정적인 필치 등이 뛰어난 작품이다.
(문화재청 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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