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휴일이라
집사람과 딸래미와 함께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에 가기로 했다.
날씨가 좋지 않다고 해서 조금 일찍 출발했다.
월곳IC와 오이도를 지나니 시화호가 나온다.
하늘에는 구름이 많고 바람이 심하게 분다.
시화호 방조제를 지나 선재대교에 이르러 바다를 보니
썰물 때이라 바닷물이 저 멀리 빠져나가고
선재대교 왼쪽으로 이름 모를 섬이 보이고 바닷길이 열려있는 것을 보니
왠지 들러보고 싶다.
차의 핸들을 돌려 대교 밑 주차장에 차를 대고
우산을 하나씩 들고 출발한다.
물이 빠져나간 바닷가를 걸으며
섬에 들어갈 수 있는 길에 다다르기도 전에
빗방울이 떨어지고 우산을 펴지도 못할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분다.
포기하고 돌아가자.
미련이 남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십리포로 돌린다.
십리포해수욕장에 이르러 소사나무 군락지와 바다를 바라본다.
이곳에 자주 들르지만 물이 완전히 빠진 모습은 처음 본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사람들은 우비와 우산을 들고 여기저기서
바지락을 캐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도 예전에는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이나 몽산포해수욕장 등에서 조개를 많이 캤었는데 도구를 준비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구경만 하고 돌아선다.
비가 오기 때문에 차안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집사람과 나눈다.
장경리해수욕장으로 발길을 돌린다.
가는 도중에 농어바위에 들러 집사람과 잠시 바닷가를 거닌다.
이곳 해안가에 굴껍질이 많이 있는 것을 본다.
(딸은 차안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계속해 장경리 해수욕장에 들르니 별로 할 일이 없다.
그만 돌아가기로 하고 영흥대교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서 ‘통일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절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 블로그에 방문하신 분들은 감을 잡을 것이다.)
통일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잠시 구경한다.
산길을 따라 발길을 옮겼다. 한적한 비포장길을 보니 저절로 발길이 간다.
길 가에 철이른 진달래가 눈에 들어온다.
벌써 진달래가 피다니 날씨가 참 요상스럽다.
계속 길을 걸으니 국사봉이란 이정표가 보인다.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아 국사봉에 오르기로 한다.
힘들어하는 집사람을 데리고 정상에 오르니 100여년이 더 된 소사나무 군락지가 보인다.
소사나무 군락지란 안내판에는 날씨가 좋으면 강화도 마니산이 보인다고 한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지.
시원한 바람 맞으며 저 멀리 바다를 잠시 감상하고 하산하기로 하는데
나뭇잎 밑에서 이름 모를 꽃이 꽃망울을 터트리려고 하지 않는가.
아직 3월인데…….
잠시 구경하고
발길을 아래로 향하다 얼마 못가서 흰색, 분홍색 등의 노루귀가 우리를 반긴다.
올라올 때에는 발견하지 못하였는데 반가웠다.
근처를 찾아보니 여기저기에 피어 있다.
하산하려는데 뭔가 허전하다.
보통 땐 꽃을 보면 사진을 찍는데 그냥 가려니 마음이 허전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카메라가 절 주차장에 있는 것이다.
절만 잠시 구경하고 가려고 차에 두고 온 것이다.
그래 가지고 오자.
집사람과 딸을 산에 남겨두고 차에 가서 가지고 오기로 한다.
차에 와서 또 한번 놀란다.
뭐냐고?
그리 크지 않은 절이기에 잠시 구경하고 갈 생각으로 차 문을 잠그지 않았던 것이다.
가슴이 철렁!
등산 가방에 카메라와 각종 렌즈들. 내가 얼마나 아끼는 것들인데…….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휴~~~
다시 산에 오른다.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거세게 분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포기하여야 하나?
곰곰이 생각한 것이 우산으로 바람을 막는 것이다.
다소 미흡하긴 하지만 어정쩡한 자세로 쭈그리고 앉아
몇 장을 찍을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
낙엽 쌓인 산 속에서 뽀~오얀 꽃잎을 내밀고 해맑은 미소짓는
노루귀를 볼 수 있어 참으로 행복했다.
다음에 다시 들러 ‘노루귀’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
(노루귀는 꽃이 지고 잎이 나면 잎사귀에 난 털이 노루의 귀에 난 털과 같아서 지어진 이름임.)
다음 번엔 더 많은 야생화를 만났으면 한다.
찬조 출연해 준 아내와 딸에게 감사.
'♣들꽃의 꽃과 나무♣ > 들꽃의 꽃찾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버랜드-플라워카니발(2007.04.28) (0) | 2007.05.03 |
---|---|
강화도 마니산에서(2007.04.08) (0) | 2007.04.26 |
관곡지를 찾아 2(수련,연, 등등 06.07.29) (0) | 2006.08.10 |
관곡지를 찾아 1 (수련,연, 06.07.29) (0) | 2006.08.10 |
강화도 선원사지의 수련(06.07.17) (0) | 2006.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