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월정사
고려 말 오대산의 북대(北臺)에서 수도하던 나옹(懶翁) 스님은 매일같이 월정사로 내려가 부처님 전에 콩비지를 공양하였다. 축 늘어진 소나무 가지마다 눈이 수북이 쌓여 소리만 크게 질러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어느 겨울날, 나옹스님은 비지를 받쳐들고 조심스레 눈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와라락' 소리가 들리면서 소나무 가지 위에 얹혀 있던 눈들이 스님과 부처님 전에 올릴 비지를 덮쳐버리고 말았다. 순간 스님은 소나무를 향해 크게 꾸짖었다.
“이놈, 소나무야! 너는 부처님의 진신(眞身)이 계신 이 산에 살면서 언제나 크나큰 은혜를 입고 있거늘, 어찌 감히 네 마음대로 움직여 불전에 올릴 공양물을 버리게 하느냐!” 마침 스님의 꾸짖는 소리를 듣게 된 오대산 산신령은 결단을 내렸다. “소나무야, 너희는 큰스님도 몰라보고 부처님께도 죄를 지었으니 이 산에 함께 살 자격이 없다. 멀리 떠나거라. 그리고 이제부터는 전나무 아홉 그루로 하여금 이 산의 주인이 되어 오대산을 번창케 하리라.” 산신령의 명령에 따라 소나무들은 오대산에서 쫓겨나고 이후 전나무들이 주인 노릇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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