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여행] 님의 침묵과 함께 하는 설악산 백담사의 여름날은 시원해서 좋아라.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돠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 갔습니다.
~~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날
내가 사는 인천에서 머나먼 강원도 인제에 있는 설악산 백담사를 찾아갑니다.
강원도 인제까지의 길은 멀고도 머언 길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길이어서 힘들지 않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찾아갑니다.
백담사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백담사를 오가는 버스에 몸을 싣습니다.
버스로 이동하는 길은 협소하고 구불거려 엉덩이를 잠시도 가만히 두지 않지만 길 좌우로 펼쳐지는 계곡의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백담계곡과 이어지는 수렴동계곡은 얼마 전 명승 제99호로 지정되었으며, 수렴동계곡과 폭포는 중국의 황산보다 경치가 아름답다고 표현할 정도이니 가을이 익어가는 무렵에 단풍이 곱게 물든 계곡을 보러 다시금 와야 될 것 같습니다.
그때는 꼬옥 걸어서 자연을 감상해 봐야 할텐데 과연 걸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흔들거리는 버스에 이리저리 내 몸을 맡기다 보니 어느덧 백담사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백담사는 설악산의 내설악에 위치하는 대표적인 사찰로 백담계곡 위 수렴동계곡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 중 봉정암에 오르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백담사라는 절의 이름은 설악산 대청봉에서 절까지 작은 담이 100개가 있는 지점에 사찰을 세운데서 일컫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백담사는 한용운 스님의 사적기에 의하면
서기 647년 신라 제28대 진덕여왕 원년에 자장율사가 설악산 한계리에 한계사로 창건하고 아미타삼존불을 조성 봉안하며 시작하였고, 1772년(영조 51)까지 운흥사, 심원사, 선구사, 영취사로 불리다가 1783년 최붕과 운담이 백담사로 개칭하였다고 합니다.
백담사는 내설악의 아주 깊은 오지에 있어서 옛날에는 사람들이 찾기 힘든 곳에 자리한 사찰로 설악산이라는 높은 산과 더불어 산과 산 사이에 흐르는 계곡물이 함께 어울려 스님들이 수행하기에 최적의 곳이었다고 합니다.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 스님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절입니다. 특히 만해 한용운선사는 1905년 이곳 백담사에서 머리를 깎고 입산수도하여 깨달음을 얻어 '조선불교유신론'과 '십현담주해'를 집필하고, '님의 침묵'이라는 위대한 시를 발표하는 등 불교유신과 개혁을 추진하였으며, 일제의 민족 침략에 항거하여 민족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하기도 하였습니다.
백담사 하면 생각나는 곳이 바로 이곳 수렴동계곡을 가득 메운 돌탑입니다.
계곡 전체에 무수히 많은 돌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사연들을 간직하고 저기 저 자리에 서 있을까?
비가 조금만 내려 계곡물이 불어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갈 돌탑들
그래도 사람들은 탑을 쌓고 또 쌓고 있습니다.
마음 속 소원을 담고서~~
그런데 특이한 것이 있습니다.
백담사에 가기 위해 건너는 다리 아래로는 돌탑들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돌탑들은 모두 다리 위쪽으로 계곡 전체를 가득 메우며, 끝이 없을 정도로 탑이 쌓여져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다리 아래로는 탑이보이지 않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탑을 쌓고 있습니다.
저렇게 직접 돌탑을 쌓는 사람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도 맘속으로는 탑을 쌓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백담사는 일주문, 금강문, 법당, 나한전, 산령각 , 요사채 등의 전각 외에 이곳에서 출가한 만해 한용운선사와 관련된 만해기념관, 만해교육관, 만해연구관, 만해수련원 등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버스로 이동을 하였기에 일주문은 버스에서 차창 너머로 보고 주차장에서부터 걸어서 금강문과 불이문을 거쳐 극락보전인 법당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불이문은 사찰에서 본당에 들어서는 마지막 문으로 진리는 둘이 아닌 하나라는 뜻으로 '불이'라 불립니다. 이 문을 들어서면 진리의 세계인 불국토에 들어갈 수 있음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금강문을 지나 잠시 걸음을 멈추고 좌측을 바라보니 시비와 함께 무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이 담장 안에 마련된 의자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쉬어가리다.
내 몸, 내 마음 모두 내려놓고 쉬어가리오.
범종루
종각이라고도 하며 이층의 누각인 경우 범종루, 종루라고 합니다. 범종각에는 범종을 비롯해 법고, 목어, 운판 등 법전 사물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만해교육관 앞에는 오늘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스님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앞쪽 시비 두 개가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좌측에는 매월당 김시습의 '저물 무렵'이 적혀 있군요.
저물 무렵
천 봉우리 만 골짜기 그 너머로
한 조각 구름 밑 새가 돌아오누나.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지만
다음 해는 어느 산 향해 떠나갈꺼나
바람자니 솔 그림자 창에 어리고
향 스러져 스님의 방 하도 고요해
진작에 이 세상 다 끊어버리니
내 발자취 물과 구름 사이 남이 있으리
농암실과 불이문, 그리고 그 우측에 범종루가 일직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만해교육관
백담사에는 꿈! 알림 · 다림 · 누림의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템플스테이가 있습니다. 프로그램으로는 숲 명상, 돌탑쌓기, 맥놀이명상, 만다라 등의 "가족과 함께하는 숲명상" 템플스테이와 (특별) 칠월 칠석 백담사 템플스테이
"꿈 · 희망 찾아가는 숲명상"에서는 자비명상, 돌탑쌓기, 님의 침묵, 차훈명상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백담사의 법당인 극락보전
극락보전은 불교에서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주재자인 아미타불을 모시고 있는 불전입니다.
대한민국 제12대 대통령이 머물렀던 곳
그가 누구인지는 우리나라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테지요.
그는 누구일까요?
극락보전 앞에 서 있는 삼층석탑
산령각
산신을 모시는 전각으로 삼성각을 두어 칠성신 독성과 함께 모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본래 산신은 도교에서 유래한 신으로 불교가 전래되기 전에 많이 믿던 토착신으로 이 산신이 불교에 수용되면서 호법신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극락보전과 나한전 사이 뒤에 있는 작은 연못에 수련이 꽃망울을 터트리려 합니다.
수련이 피는 날
이 작은 연못은 수련으로 가득하겠죠.
극락보전을 오르는 계단에 기와불사를 한 기와들이 소망을 가득 담고 기와가 얹혀질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템플스테이가 유명하여 참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오늘 처음으로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전각들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만해 한용운님의 흉상과 만해기념관이 보입니다.
만해기념관은 만해 한용운 스님의 일대기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이곳 백담사는 스님이 1905년에 출가한 곳입니다.
나루ㅅ배와 行人(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行人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읍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감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깁흐나 엿흐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감니다.
당신이 아니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마지며 밤에서 낫가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슴니다.
당신은 물만건느면 나를 도러보지도 안코 가심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줄만 아려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어감니다.
나는 나루ㅅ배
당신은 行人
이런 사랑 한번 하고 싶지 않으신지요?
만해 한용운 스님
스님은 1879년 8월 29일 충남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에서 한용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시골의 서당에서 한학을 공부하였으며, 1903년에 오랜 번민과 유랑 끝에 불가에 입문하였습니다.
1905년 이곳 백담사에서 김연곡 스님을 은사로 득도, 김영제 스님에 의해 수계, 이후 이학암 스님으로부터 <기신론>,<능엄경>,<원각경> 등을 사사 받았으며 법명은 봉완, 법호는 용운, 자호 및 필명은 만해입니다.
1919년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 기념 연설을 하고 3년간 옥고를 치렀습니다.
이후 많은 인사들이 훼절하여 친일파로 전락하였으나 스님은 끝까지 지조를 지키며 독립운동과 불교계 혁신에 헌신하다
1944년 6월 29일 심우장에서 입적하였습니다.
시집으로는 1926년 <님의 침묵>을 비롯하여 <조선불교유신론>,<불교대전>,<정선강의 채근담>,<십현담주해) 등 많은 저술을 남겼습니다.
스님은 1962년 대한민국 건국공로 훈장 중장을 수여하였으며 충남 홍성에 생가가 복원되어 있습니다.
극락보전에 주불로 봉안되어 있는 목조아미타불 복장 유물 가운데 하나인 만자소화문 황단삼회장 저고리 1점
목조아미타불은 조선 영조 24년(1748)에 조성된 불상으로 보물 제118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만해가 출가한 백담사의 전경
1919년 3월 1일
기미년 3월 1일 독닙만세운동의 독립선언식 장면
만해기념관에는 만해 선생의 민족사랑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95년 2월에 완공하였으며 이곳에 8백여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백담사를 둘러보고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계곡으로 나옵니다.
백담사의 자랑거리인 돌탑들이 계곡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수렴동계곡에는 수없이 많은 탑들이 세워져 있는데 누가 쌓았을까요?
계곡에 굴러다니는 돌을 가지고 쌓은 탑들
돌탑이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으로 쌓여진 돌탑
온갖 사연을 담은 탑들이 오늘도 말없이 묵묵히 그 자리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고 있습니다.
백담사의 절경 중 하나인 돌탑
오늘도 사람들은 탑을 쌓고 있습니다.
쌓은 지 얼마되지 않은 돌탑
물가에 쌓아서 물이 조금만 불어나도 금방 떠 내려갈 듯 보입니다.
저도 물론 정성을 담아 작은 돌탑을 쌓았답니다.
여름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집사람과 함께 찾은 백담사에는 만해스님의 모습과 함께 설악산에서 흘러내려와 백담사 앞을 유유히 흐르는 계곡물이 함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찾아가는 곳
대한불교 조계종 설악산 백담사
주소 :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 백담로 746 백담사
전화번호 : 033-462-6969
홈페이지 : http://www.baekdam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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