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 (21번째 이야기)
청주에서 - 박재봉(2005.09.19)
산정호수에서 - 박재봉(2005.8.27)
분류 :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가지과의 여러해살이풀
꽃말 : 거짓, 속임, 자연미
설명 :
- 자생지 : 마을 부근의 길가나 빈터에서 자라며 심기도 한다.
- 분포지 : 한국, 일본, 중국
- 번식 : 땅속줄기가 길게 벋어 번식하며,
- 줄기 : 곧게 서고 가지가 갈라지며 털이 없고 높이가 40∼90cm이다.
- 잎 : 어긋나지만 한 마디에서 2개씩 나고 잎자루가 있으며,
잎몸은 넓은 달걀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고 밑 쪽은 둥글거나 넓은 쐐기 모양이며
가장자리에 깊게 패인 톱니가 있다.
잎 길이는 5∼12cm, 폭은 3.5∼9cm이다.
- 꽃 : 7∼8월에 지름 1.5cm 정도의 연한 노란색으로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자루 끝에 1송이씩 달린다.
꽃자루는 3∼4cm이고,
꽃받침은 짧은 통처럼 생겼으며 끝이 얕게 5개로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털이 있다.
꽃이 핀 후에 꽃받침은 자라서 주머니 모양으로 열매를 둘러싼다.
화관은 연한 노란색으로 지름이 1.5∼2cm이고 가장자리가 5갈래로 얕게 갈라지며
수평으로 퍼진다.
수술은 5개이고 암술은 1개가 있다.
- 열매 : 장과로 둥글고 지름이 1.5cm 정도로 빨갛게 익으며 먹을 수 있다.
이 열매를 ‘꽈리’라고 하는데,
빨갛게 익은 다음 씨를 빼내어 입에 넣고 공기를 채웠다가 아랫입술과 윗니로
지긋이 누르면 소리가 나 어린이들의 좋은 놀이감이 된다.
- 한방 : 전체를 말린 것을 한방에서 산장(酸漿)이라 하며 해열약으로 쓴다.
전설 :
옛날 어느 가난한 시골 마을에 '꽈리'라고 하는 마음씨 착한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꽈리'는 언제나 맑고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습니다. 누구에게서 노래를 배운 것은 아니었지만, 노
래를 부르는 재주가 아주 뛰어났습니다. '꽈리'의 노래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마치 옥구슬이 구르
는 것만 같다고 칭찬이 대단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을 세도가 제일 가는 양반 집에서 '꽈리'와 같은 나이 또래의 소녀가 하나 있었습
니다. 그녀는 '꽈리'만큼 노래를 부르지 못하였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꽈리'를 칭찬 할 때마다
그녀에 대한 미움이 커져 갔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도 매우 심술궂은 여자였는데 이들 모녀는 기
회만 생기면 '꽈리'를 괴롭히려 들었습니다. 그래서 '꽈리'는 되도록 그 집에 가까이 가지 않았으
며, 노래를 부르더라도 양반 집 소녀가 듣지 않는 곳에서 불렀습니다. 어느 날, 나물을 캐던 '꽈
리'는 흥에 겨워 노래를 즐겁게 불렀습니다. '꽈리'의 노래는 바람을 타고 온 산골짜리로 아름답
게 메아리 쳤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곳을 지나가던 고을 원님이 '꽈리'의 노랫소리를 듣고 멈추
어 섰습니다.
"아니,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필시 선녀가 내려와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 일게야.."
원님은 당장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찾아 데려오도록 명령하였습니다.
이윽고 '꽈리'가 원님 앞에 당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꽈리'는
너무 수줍어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
다. 집이 어디냐는 원님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원님은 '꽈리'의 노래를 다시 한번
크게 칭찬하고 돌아갔습니다.
이러한 소문은 곧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양반 집 소녀와 그 어머니는 이 소식을 듣고 샘을 내며
질투심으로 온 몸을 떨었습니다. 어느 날 세도가 양반 집에서 큰 잔치가 열렸습니다.
원님도 초대를 받고 잔치를 참석하였습니다. 온
동네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웃 마을 사람들까지
모여 들어 북적거렸습니다. 그러나 '꽈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꽈리'는 양반 집에서 멀
리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먼발치에서 잔치가 흥겹게 무르익어 가는 것을 지켜 볼 뿐이었습니
다. '꽈리'도 그 잔치에 참석하고 싶었으나 양반 집 소녀가 무슨 심술을 부릴지 몰라 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잔치가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이었습니다. 원님이 집주인에게 말했습니다.
"듣자 하니 이 고을에 노래를 썩 잘 부르는 소녀가 있다 하던데 어디 그 노래 좀 들려주시오."
양반은 즉시 '꽈리'를 불러오도록 명령했습니다. 세도가의 딸과 그 어미는 이 소식을 듣고 '꽈
리'를 골려 줄 음모를 꾸몄습니다. '꽈리'가 수줍음을 잘 탄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소녀의 어미는
불량배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꽈리'가 노래를 못 부르도록 방해하라고 명령하
였습니다. 곧 '꽈리'가 도착하여 원님 앞으로 나왔습니다. '꽈리'는 부끄러웠지만 숙였던 고개를
들고 목청을 가다듬었습니다. 이 때였습니다.
'꽈리'의 앞에 있던 한 청년이 불쑥 소리쳤습니다.
"노래도 못 부르는 것이 감히 원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려 하다니..."
그러자 옆에서 다른 청년이 또 말했습니다.
"노래는 그렇다 치고 얼굴이 저렇게 못생겨서야 어디.."
순간 '꽈리'의 얼굴이 새빨개졌습니다. 수줍음을 잘 타는 그녀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그만 그
곳을 달아나듯이 빠져 나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양반 집 소녀와 어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꽈리'의 어리석음을 비웃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꽈리'는 너무나 부끄러워 눈물도 나오지 않았
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비웃으며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마침내
몸 져 눕고 말았습니다. 의원이 몇 차례 다녀갔으나 뚜렷한 병명을 밝히지 못하였습니다. '꽈
리'는 결국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자신을 책망하며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듬해 봄, '꽈
리'의 무덤가에는 한 포기의 풀이 자라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가을이 되자 새빨간 열매가 주렁주
렁 열렸습니다.
엷은 너울 속에서 가만히 밖을 내다보는 붉은색의 열매 모습이 '꽈리'의 수줍어하던 모습 그대
로였습니다. 그 뒤 사람들은 그 꽃을 '꽈리'라고 불렀습니다.
'꽈리'는 특히 소녀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는데 '꽈리'를 입에 물고 다니면 노래를 잘 부른다 하여
소녀들이 다투어 '꽈리'를 물고 다녔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