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잠을 뒤척인다.
몇 번인가. 잠을 자다 깨다 했는지 모른다.
더이상 뒤척이기도 힘들다.
일어나자.
일어나서 밖에 나가면 그나마 몸이 덜 아프겠지.
샤워를 하고 든든히 옷을 입고 카메라를 챙겨 어둠 속을 나선다.
식당에 불이 켜져 있다.
틀림없이 엊저녁 내가 마지막으로 들어가기 전에 소등한 기억이 있는데, 그리고 숙소 전체가 불이 꺼져 있었는데, 식당에 불빛이 비치니 아마도 아침밥을 하러 오셨나보다. 하나 들어가 확인을 하지 않는다.
누가 있으면 어떠냐.
나는 어둠 속을 걸어간다.
어디선가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둠과 안개가 자욱히 끼여 있어 하얀 것은 길이고 깜깜한 것은 길이 아니겠지.
큰 길가까지 나왔는데 어디로 가야하나.
머리를 굴려 본다.
그래 물이 어디로 흐르지. 아래로 흐르지.
그럼 그렇게 찾아가자.
한참을 걷는다.
어둠 속에 집들이 보이고 닭 울음소리가 더욱 커진다.
불이 있어 들여다보디 유정란을 하는 닭집이다. 그러니 저렇게 요란하게 닭이 울지.
그놈 참 목청도 좋다.
닭장을 뒤로하고 길을 걷는다.
마을회관과 버스 정류장을 지나니 오른쪽에 OO좌대라는 작은 팻말이 보인다.
좌대라 그럼 파로호를 만날 수 있단 말인가.
들어간다.
조금 들어가니 파로호가 눈 앞에 나타난다.
아!
파로호
드디어 어둠 속에 너를 만나는구나.
서서히 어둠이 걷히면서 아침이 밝아온다.
물안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파로호에 비치는 건너편 산의 반영이 한 몫을 해 주고 있다.
세상이 잠들어 있는 시간
그 시간 속에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새들의 힘찬 날개짓에 아침이 서서히 밝아온다.
물안개가 짙어지며 조금 전까지 보였던 호수 건너 편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한다.
물 속에 잠기기 직전의 건물이 애처로워 보인다.
주위의 풍경들이 점점 더 안개 속으로 빠져든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린다.
어딜까?
소리를 따라 찾아가 보니 파로호 한편에 있는 밭에서 아낙네가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시골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난다. 아마 우리 부모님도 이 시각에 들녘에 나와 일하고 계시겠지.
커다란 밤나무를 호수와 함께 사각의 프레임 속에 담는다.
조금 밝아지니 물안개의 모습이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출입을 통제하는 것 같다.
그런데 물 속에 잠겨져 있는 모습이 또한 멋지게 다가온다.
저기도 길이었겠지.
해가 떠오른다.
저 산 위에 해가 떠오른다.
안개에 가려진 해가 빛을 발한다.
물안개의 모습이 영롱하게 비치기 시작한다.
아!
멋지다!
해가 떠오르니 일터로 가야지.
배가 지나간다.
햇빛 속으로 배가 사라져 버리고 고요하던 호수를 깨운다.
나를 이제 어둠 속에서 세상밖으로 나가라한다.
가야지
아침 먹으러......
새벽을 알리는 힘찬 닭울음 소리를 들어보시겠습니다.
나는 간다.
영롱하게 비치는 파로호를 뒤로 하고 일상 속으로 돌아간다.
파로호여!
다음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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