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만에 찾은 신혼집, 그러나 세월의 흐름 속에 - 종로구 옥인시범아파트
2012년이 끝나가는 12월 27일
사무실에서 가까운 옥인동 수성동계곡을 찾는다.
인왕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에 계곡을 찾은 나의 볼과 귀는 추위에 고생을 한다.
계곡의 그늘진 곳에는 잔설이 남아있어 겨울의 중턱 와 있음을 실감한다.
수성동 계곡
지금이야 수성동계곡이라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옥인아파트가 있었던 자리이다.
길 주변에 길게 지어진 옥인아파트가 계곡을 가로막아 계곡이 있는지도 몰랐었다.
인왕산 주변 정리사업으로 옥인아파트가 헐리고 그곳에 수성동공원이 조성되고나서야 이곳이 바로 겸제 정선의 그림 '수성동'에 나오는 그 계곡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수성동계곡을 둘러보며 인왕산 중턱에 있는 석굴암을 보러 올라간다.
석굴암은 계단으로 만들어진 급경사 길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커다란 바위 틈에 부처님을 모셔놓은 곳으로 서울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석굴암에서 하산하여 내려가는 길
아까 거쳐왔던 수성동계곡 길로 다시 들어간다.
<잔설이 남아있는 수성동계곡>
수성동계곡을 거의 빠져 나왔을 무렵
저 밑에서 나이 지긋이 드신 어르신 내외가 조심조심 길을 올라오시는 게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어디 가시냐고 여쭤본다.
옥인아파트를 찾아왔노라고.......
그래서 수성동계곡의 사진을 보여드리며 겸제 정선의 '수성동'에 대한 설명을 드린다.
어찌 이곳에 오셨냐고 여쭈니
'옛날 신혼 살림을 옥인아파트에서 했노라고"하신다.
아!
젊은 시절
청춘의 신혼집을 찾아오셨구나!
우리가 살던 곳이 어디지?
여기지
아니야
저기야
하시며 두 분의 의견이 분분하다.
40년만에 찾았으니 기억도 가물가물거릴만도 하다.
그래서 17년전부터의 옥인동 아파트에 대해 설명을 드린다.
참고로 사무실이 이 근처로 96년 1월 12일부터 지금껏 이곳에서 산책을 즐긴다.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사라져 버린 옥인시범아파트
아!
그곳에는
삶의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있구나!
옥인시범아파트는
1971년에 준공된 아파트로 그 규모가 9개동 308세대로 지어진 건물이다.
옥인아파트에 때문에 인왕산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가려지게 되었다.
사진에 보이는 콘크리트는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7동 일부분으로
아파트의 흔적을 남김으로써 개발중심의 근대사에 대한 오류와 그 의미를 반성하고 되새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남겨두었다.
잔설이 남아있는 수성동계곡
이 길을 따라 좌우측에 옥인시범아파트가 있었다.
내가 이곳 사무실에 근무할 때부터 얼마 전까지 있었다.
인왕산을 산책하면서 옥인시범아파트 앞을 얼마나 많이 걸어다녔던가!
허나
이제는 개발 중심의 현대문명인 흉물스런 콘크리트 아파트가 사라지고
인왕산의 수려한 경관이 우리들 곁으로 돌아왔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옥인시범아파트와 인왕산 지도>
지금은 정자도 지어 놓아
정자에 앉아 인왕산과 서울 시내를 둘러보며 그 옛날의 아름다움보다는 못하지만 자연을 만끽하는 호사스러움을 느껴본다.
서울에서 근무하면서
'어찌 이리도 좋은 곳이 있던가!'를 생각하며 수 없이 고마워한다.
길을 나서 인왕산을 둘러보니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이 길을 수없이 걷고 또 걸을 것이다.
<겸제 정선의 '수성동'>
수성동 그림에 나와있는 돌다리는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옥인아파트가 자리했던 곳
<겸제 정선의 '수성동'그림에 나오는 돌다리>
수성동에서 바라보는 인왕산의 모습
지금도 이 모습이 아름다워 시간만 되면 찾아간다.
어느 노부부의
40년 만에 찾아왔다는 신혼살림집
나의 신혼집은 어디인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미래를 꿈꾸었을 그곳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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