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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여행] '목마와 숙녀', '세월이가면'의 시인의 향기가 묻어나는 인제의 '박인환 문학관'

들꽃(野花) 2014. 1. 25. 23:59

[인제여행]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의 시인의 향기가 묻어나는 인제의 '박인환 문학관'

 

'목마와 숙녀'

박인환 시인의 시를 박인희님의 목소리로 불렸던 '목마와 숙녀'와 '세월이 가면'이 내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어 가끔씩 듣는 노래다.

그 옛날 세상에 대해 조금 알아갈 무렵 들었던 노래, '목마와 숙녀'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하며 지냈는데 얼마 전 강원도 인제에 그의 이름을 단 문학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든고 겨울 축제의 원조인 열여섯돌을 맞은 '인제 빙어축제'에 참가하면서 시간을 내어 찾아간다.

인제군에서는 인제 출신인 박인환 시인의 문학세계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12년 10월 5일 인제읍 상동리에 박인환문학관을 개관하였다. 박인환문학관은 제15회 2012년 강원도 경관우수건축물 심사에서 비주거부분 우수상에 당선되었다.

박인한문학관은 시인이 문학활동을 하던 주무대인 책방, 싸롱, 다방, 술집 등의 거리들을 만들어 시인의 작품활동의 시대적 상황을 엿볼 수 있도록 하였다.

 

 

 

박인환문학관은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 156번길(상동리 415-1)에 있으며 바로 인근하여 인제군의 민속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인제산촌민속박물관'이 있어 두 군데를 같이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인의 품>

박인환 시인이 코트를 입고 바람을 맞으며 시상을 떠올리는 모습으로 코트 안으로 들으가 앉으면 센서에 의해 시인의 대표 노래와 시를 들을 수 있다.

 

 

<책읽는 목마>

시인의 대표작 '목마와 숙녀'에서의 목마 이미지를 모티브로 아이들의 작은 도서관으로 이용되는 체험 조형물이다.

 

 

 

목마(木馬)와 숙녀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보아야 한다.

...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거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즉든

거져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어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 않고

거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는 1955년 <박인환 시 선집>에 실려있는 시며 박인환문학관 전면 유리에 시인의 '목마와 숙녀'가 새겨져 있다.

 

 

 

박인환문학관 입구

 

 

박인환 시인이 살던 암울했던 시대의 길거리에 걸려있던 포스터가 문학관 입구 좌측에 당시로 되돌아간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붙어있다.

 

 

박인환 시인과 함께 하였던 '마리서사', 유명옥', '봉선화 다방', '모나리자 다방', '동방싸롱', '포엠', '은성(대포집)' 등을 건물들을 하나의 골목에 배치하여 시인이 살던 시대상과 문학활동을 하던 모습들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박인환시인은

강원도 인제에서 1926년 8월 15일 출생하였으며, 인제 공립보통학교에 입학하였으며 서울로 이사하여 공립보통학교를 마치고, 명성중학교 졸업 후 평양의학전문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이듬해 자퇴하였다.

 

 

 

마리서사(1945~1948)

해방 후 평양의학전문대학을 중퇴하고 서울로 돌아온 박인환은 부친과 이모부로부터 빌린 돈 5마원으로 종로3가 낙원동 입구에 시인 오장환이 운영하던 스무평 남짓한 서점을 인수하여 마리서사를 열었다.

또한 초현실주의 화가 박일영의 도움으로 간판을 새로 달아 재개업하였는데 여기서 마리서사라는 이름을 일본시인 안서동위의 시집 군합마리에서 따왔다는 설도 있고, 프랑스 화가이자 시인인 마리 로랑생의 이름을 땄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

 

 

 

마리서사에는 앙드레 브로통, 잔 콕토 등 여러 문인들의 작품과 문예지, 화집 등이 갖추어져 있어 김광균, 김기림, 오장환, 정지용, 깅광주, 김수영 등 여러 시인과 소설가들이 자주 찾는 문학명소이자 한국 모더니즘 시운동이 일어난 발상지이다. 또한 책방 마리서사의 경영은 영리를 위한 사업이 아니라 청년 박인환이 문단에 데뷔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자 정신적 의지처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포엠 - "예술가들을 휘감았던 명동의 술집"

이곳은 위스키 시음장으로 문을 연 뒤 값싼 양주를 공급하여 명동 예술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술집이다. 50여년 전 문학을 논했던 "명동백작"들에겐 펜과 종이, 술병이 명동 행차의 필수품이었으며 작가 이봉구는 자신의 작품 '명동'과 '명동백작'에서 "명동이 있고, 문학이 있고, 술이 있었기에 행복했었다"고 그 시절을 회고하고 있다.

저녁이 오면 하루의 일과를 마친 문인과 예술인들이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싼 술값과 후한 인심 덕에 이곳 포엠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집안은 가난했지만, 항상 말쑥하게 차려입고 포엠을 드나들었던 멋쟁이 시인 박인환도 언제나 함께 있었다고 한다.

 

 

 

봉선화 다방 - 문인들의 교류지이자 예술적 집합 장소

봉선화 다방은 고전음악 전문점으로서 8.15해방이 되자 명동 부근에 맨 처음으로 개업을 한 다방이다. 문인들이나 예술인들이 그저 모여 차를 마시거나 서로 연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은 문학 행사를 이곳 다방에서 열었다. 시인들을 위해서는 시낭송의 밤, 출판기념회가 열렸으며, 종군 화가들의 전시회뿐만 아니라 시화전과 작고 발표회도 열었다.

1950년대 문인들의 모든 회로애락과 낭만, 젊음, 예술 등의 결정은 다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만들어졌다.

 

 

 

봉선화다방 벽면에 쓰여있는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

 

 

박인환 시인은 31세로 요절하기 전에 <박인환선시집>(산호장 간행 1955.10.15) 냈는데 이 시집이 시인의 유일한 시집으로 총 56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박인환 시인의 대표시인 <세월이 가면>은 1956년에 썼으므로 이 시집에는 수록이 안 되었다.

 

그후 유족들이 박인환 사망 20주기를 추모하여 1976년 박인환 시집 <목마와 숙녀, 근역서재 발행)을 내었으며 여기에는 박인한 선시집의 56편의 수록 중 54편과 유작 및 선시집에 빠졌던 7편을 묶어 61편이 실렸다.

여기에 '세월이 가면'이 실리게 되었다.

 

 

술을 좋아했던 박인환은 시인 '이상'의 추모의 밤 행사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거리에 쓰러져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사망장소가 광화문 교보문고 앞이었으며, 동료들은 그의 관에다 평소 좋아했지만 돈이 없어 맘껏 마시지 못했던 양주 조니 워커를 부어주며 슬퍼했다고 한다.

 

 

 

 

 

문학관 2층 <은성> 술집 앞에서 내려다 본 1층 골목길 전경으로 마치 그 옛날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이다.

 

 

세월이 가면 노래가 만들어진 명동의 막걸리집

<은성>

탤런트 최불암씨의 어머니는 1950년대~60년대 명동시절에 문인들의 아지트였던 술집 '은성'을 경영하였다. 최불암의 아버지는 인천에서 활동하던 영화제작자였는데 과로로 일찍 돌아가시게 되어 최불암씨의 어머니는 외동 아들을 데리고 '은성'을 차리게 되었다.

김수영, 박인환, 변영로, 전혜린, 이봉구, 오상순, 천상병 등 문화예술인들이 막걸리 잔 너머로 문학과 예술의 꽃을 피웠던 은성이란 술집은 50~60년대 예술의 중심지인 명동에서 가난한 시대 예술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명동백작으로 불렸던 소설가 김봉구씨가 은성의단골이기도 했으며 박인환 시인이 죽기 얼마 전에 '세월이 가면'이라는 작품을 이곳에 남겼다.

 

 

 

<세월이 가면>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 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되고

나뭇잎이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세월이 가면'은 박인환 시인이 작고 직전에 밀린 술값 대신 써주었다는 시로 '세월이 가면'은 박인환 시인의 유작시이다.

그날 시인은 10여년 전에 명을 달리한 첫사랑의 묘소에 다녀오던 길이었다고 한다. 술자리에 함께 있던 작곡가 이진섭이 그 자리에서 곡을 붙였고 뒤늦게 합류한 성악가 임만섭에 의해 불리어졌다고 한다.

 

훗날 박인희씨가 '세월이 가면'을 노래로 불러 대중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다.

 

 

 

 

 

 

인제의 과거 사진

 

 

 

 

 

박인환문학관 좌측에 있는 '인제산촌민속박물관'

 

 

찾아가는 곳

박인환문학관

주소 :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 156번길(상동리 415-1)

전화번호 : 033-462-20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