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48번째 이야기)
김포 태산가족공원에서 - 박재봉(2005.8.14)
분류 :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다른이름 : 백일초
꽃말 : 흰꽃은 ‘순결’, 멀리 떠나간 친구 생각
유래 : 꽃이 100일 동안 붉게 핀다는 뜻
특징 : 백일홍은 원래 잡초였으나 여러 화훼가들이 개량하여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들꽃을 개량
한 본보기의 하나이다.
배롱나무의 꽃을 백일홍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다른 식물이다.
전설
옛날 평화로운 어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이 마을에는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처녀를 잡아먹는 이무기가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무기가 동네 처녀들을 마구 잡아가자,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의논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처녀를 재물로 바쳐서 이무기를 달래기로 했습니다. 그 후로는 아름다운 처녀가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그런데 해가 바뀌자 또 재물로 바칠날이 돌아 왔습니다. 그 날 재물이 될 처녀는 가난한 노인의 아름다운 외동딸이었습니다. 노인은 딸의 모습을 보며 통곡하고 있었고, 딸은 두려움을 참지 못하여 하얗게 질린 채 눈물만 흘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드디어 이무기가 나타날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있을 때 웬 낯선 청년이 나타났습니다. 그 청년은 성큼성큼 아름다운 처녀에게로 걸어가더니 말했습니다. "아가씨, 저와 옷을 바꿔 입으시지요. 제가 이무기를 처치하겠습니다." 두려움에 떨던 처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옷을 바꿔 입었습니다. 사람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그 청년에 대해 수근거렸습니다. "못보던 청년인데, 늠름하게 생겼지? 게다가 정말 용감하군!" "저게 용감한거야? 미친거지."
시간이 되자 동굴안에서 기분 나뿐 소리가 들리며 싸늘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조금 후에 머리가 셋달린 이무기가 나타나 청년에게 달려들려 했습니다. 그때 청년은 칼을 빼어 이무기의 목을 내리쳤습니다. 목 하나가 잘린 이무기는 피를 내뿜으며 도망쳐 버렸습니다. 수근거리던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청년은 말없이 일어나 떠나려 했습니다.
그때 청년을 붙드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재물이 될 뻔한 처녀였습니다. "저는 이미 죽을 뻔한 목숨입니다. 저는 제 생명의 은인을 평생 모시고 살고 싶습니다." 청년은 여의주를 찾아 길을 떠난 옥황상제의 아들로 하늘나라의 왕자였습니다. 여의주를 찾아 여행을 하던중 잠시 이 마을에 들른 것이었습니다. 왕자는 아름다운 처녀와 헤어지기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왕자는 처녀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내가 백일 후에 여의주를 찾아서 곡 돌아오겠소. 그 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왕자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내가 돌아올 때 그 이무기가 복수하러 나타날지도 모르오. 내가 그 놈과 싸워 이기면 배에 흰 깃발을, 죽음을 당하면 붉은 깃발을 달고 올 것이오.그럼 부디 몸 조심하시오." "왕자님,꼭 돌아오셔야 해요." 왕자가 떠난 날부터 처녀는 매일 정성스럽게 기도를 올리며 기다렸습니다. "옥황상제님, 왕자님이 무사히 여의주를 ?아 돌아오게 해 주십시오. " 마침내 약속한 백일째가 되었습니다.
처녀는 곱게 단장하고 산에 올라 멀리 수평선을 바리보며 흰 깃발을 단 배를 기다렸습니다.
왕자는 무사히 여의주를 찾아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왕자가 마을에 다다를 무렵, 왕자의 말대로 이무기가 나타났습니다. 왕자는 이무기와 죽을 힘을 다해 싸워 이무기를 처치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흰 깃발이 이무기가 내뿜은 피로 온통 붉게 물들었습니다.
왕자는 처녀를 만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올라 미처 그것을 바꿔 달 생각도 못한 채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던 처녀의 눈에 배가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아, 이제 드디어 왕자님을 만나는구나!' 처녀는 다시 한 번 배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배에 매달려 있는 것는 흰깃발이 아닌 붉은 깃발이었습니다. "아니, 저건 ?은 깃발...! 흐흐흑... 돌아가셨구나.! 그렇다면 나도..." 처녀는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왕자가 도착해 보니 처녀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왕자는 자신의 부주의로 죽은 처녀를 묻고는 흐느껴 울었습니다.
얼마 후 처녀의 무덤에는 빨간 꽃이 피어나 백 일이 되도록 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백 일 동안 기다린 처녀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하여 그 꽃을 '백일홍'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