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의 길,맛,멋따라♣/절집 여행

추사의 묵향을 느낄 수 있는 은해사를 찾아

들꽃(野花) 2009. 11. 18. 23:08

은해사는

경상북도 영천시 팔공산 동쪽 기슭에 자리한 사찰로 통일신라 헌덕왕 1년(809)에 해안사라는 이름으로 혜철국사가 지었다. 조선 명종 1년(1546)에 천교화상이 지금 있는 자리로 옮겨 세우면서 은해사로 불렀는데, 그 뒤 여러 차례 화재로 건물이 많이 소실되었다. 1919년 크게 넓혀 지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절 경내에는 대웅전을 비롯하여 보화루, 심검당, 설선당 등의 건물이 있다.

 

  은해사 일주문에서 낮고 평평하게 형성된 계곡을 따라 경내로 들어간다. 이 길 좌우에 소나무숲이 울창하게 조성되어  있으며, 이 산사의 길을 걸으며 사색의 맛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이 길 중간 왼쪽에는 부도밭이 있고, 여기에 그동안 은해사에 머물렀던 여러 고승들의 부도와 비가 모아져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바로 못 미처서는 대소인하마비(大小人下馬碑)가 있는데 은해사의 높은 사격(寺格)을 말해주는 유물이다.

 

다리를 건너 좌측을 바라보면 인공적으로 조성한 폭포가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끈다.  

 

 

 

 

다리를 지나면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보화루 누각이 있고, 주변은 나지막한 담장이 경내를 둘러싸고 있다.  

 

  보화루로 들어가면 경내가 시작되며, 중앙 뒤쪽에 금당인 대웅전이 있고, 그 앞쪽 좌우에 종무소가 있는 심검당과 은해사 승가대학 강원이 마주보고 있다. 대웅전 왼쪽 위에는 자그마한 단서각이 있고, 대웅전 오른쪽에 지장전과 우향각이 자리한다. 보화루 왼쪽에는 종각이 있다. 

 

 

 

절 안의 향나무가 인상적이다.

 

개신대제를 한창 준비하고 있다.

 

 

 

 

 

 

 

 

 

 

 

 

 

 

  은해사는 추사체의 보고이다. 추사의 묵향이 은해사의 요소요소에 배어있다.

  추사(秋史)의 글 한점을 간직하고 있다면 그 자체가 영광이다. 그 영광을 함께할 수 있는 곳이 은해사이다. 추사의 묵묘(墨妙)를 느끼고 싶다면 은해사를 찾아가면 허기진 묵향을 그대로 맡을 수 있다.

 

 일주문을 지나 400미쯤 산사의 길을 따라 다리를 건너면 제일 먼저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이 커다란 2층 누각이다. 누각의 편액인 ‘보화루(寶華樓)’가 바로 추사의 글씨이며, 보화루와 일직선상에 있는 대웅전(大雄殿) 편액 또한 추사의 글씨이다.  

 

  대웅전 옆 기도하는 스님이 묵는 노전의 일노향각(一爐香閣)도 추사의 묵계(墨界)이다. 얼마 전까지는 일주문의 편액인 ‘은해사(銀海寺)’도 추사의 작품이었으나, 일주문을 증개축하면서 추사의 작품은 ‘은해사 성보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박물관에는 추사의 작품인 ‘불광(佛光)’도 감상할 수 있다. 산내암자인 백흥암에서도 추사를 만날 수 있다. ‘십홀방장(十笏方丈)’ 편액과 6개의 주련이 바로 추사의 세계이다. 

 

  경상감사로 부임한 추사가 명승지를 구경하면서 은해사를 들러 영파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 은해사는 불사를 완성하고, 추사는 제주도 유배에서 돌아와 있을 때 영파스님의 부탁을 받아 글씨를 써 주었다고 한다.

 

  은해사는 추사의 흑묵으로 시작해서, 추사의 묵계로 승속의 관계를 이으며, 묵향으로 회향하는 곳이다. 묵향을 길라잡이로 삼아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도 멋있지 않을까?  

 

  성보박물관에 들르면 고승진영을 친견할 수 있으니, 다양한 유물, 특히 추사의 글이 보관되어 있고, 다른 많은 성보유물을 함께 구경하는 것도 좋다.

 

  은해사의 산내 암자는 독특한 역사와 함께 멋과 맛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번에 다 찾을 수 없으니 계획을 세워 암자 순례를 하는 것도 뜻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