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행

[대구여행] 팔공산 왕건길에서 첨백당, 가장 오래된 홍옥사과나무와 왕건의 발자취를 더듬어본다.

들꽃(野花) 2012. 5. 7. 11:02

푸르른 오월의 봄날

봄나드리를 즐기러 떠난다.

오늘은 어린이들의 최고의 날, 아빠와 엄마의 주머니가 탈탈 털리는 날

이 세상에 때묻지 않은 어린이들의 맑고 청명한 눈을 보며 시름을 잊어버리고 오늘만은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즐겨보자. 

하나 그렇게 나를 즐겁게 해주던 그 꼬맹이는 어느덧 고딩 2년생.

중간고사가 7일부터라 놀지도 못하고 집사람도 붙들어 놓으니 정신없는 아빠만 여행을 떠난다.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나래도 여행을 떠나 자연과 함께 즐기면 그것이 가족과 함께 한 것이 아닐까?(이러다가 맨날 혼난다.)

 

몇년 전

대구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어둠이 걷히기도 전에 인천에서 출발하여 대구를 찾은  적이 있었다.

문화재를 찾아다니는 것이 나의 취미 중 넘버원(집사람과 딸래미와 함께 한다.)

뭐든지 1호가 좋은가 보다. 그래서 그랬지는 몰라도 대구의 문화재 중 첫번째로 찾은 것이 도동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1호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이었다.

 

대구에서의 1박 2일

오늘부터 1박 2일간 도동의 측백나무 숲을 비롯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대구의 봄날을 즐기려 한다.

 

팔공산 왕건길

왕건이라!

이 분은 고려의 태조이신데 왜 대구에서 그분의 이름을 딴 길을 만들었을까?

고려의 수도는 송악, 즉 개경을 말하는데 대구와 어떤 연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나의 눈과 발을 즐겁게 해준다.

 

팔공산 5구간의 평광종점

나를 실은 버스는 도동의 측백나무 숲을 지나 평광동의 느티나무 아래에 내려 놓는다.

느티나무 아래에는 팔공산 왕건길을 걷는 분들과 마을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작은 도랑 너머에서부터 앞산까지 사과나무 과수원이 쫙 널려있다.

오늘의 목적지는 첨백당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홍옥사과나무,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뉴튼의 사과나무를 보며 오월의 팔공산 왕건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마을길을 따라 발가는 데로 걸어간다.

느티나무를 지나 오른쪽에 있는 작은 도랑 위의 다리라 할 것도 없는 그길로 마을로 들어간다. 오른쪽 사과나무를 보며 걸으니 얼마가지 않아 와룡정과 경희정이란 건물이 보인다. 그 길을 계속 걸으니 작은 연못이 보이며 그 오른쪽에 큰 은행나무와 마당 한 가운데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오래된 건물이 나타난다.

바로 첨백당이다.

 

첨백당은 단양우씨 집안에서 효자로 이름난 우효중의 효행과 조선시대 말기에 기울어져 가는 국운을 안타까워하며 벼슬을 버리고 향리에 숨어살던 선비 우명식의 절의를 기리고, 평광리에 거주하는 단양 우씨들의 교육을 위해 세운 건물이다. 첨백당이라는 이름은 우명식 선생의 묘소가 있는 ‘백밭골(栢田谷)을 우러러 보는 집’이라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며, 고종 33년(1896)에 지었다고 한다.

첨백당을 둘러보고 그길을 따라 걷는다.

 

길 한쪽이 온통 사과나무로 가득하고, 모퉁이를 돌자 집 한 채가 보이는데 어떤 나무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인다.

무슨 일이지 하는 궁금중에 사람들 가까이 다가가니 안내판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홍옥사과나무'라는 글씨가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구나. 

또 그 옆에는 뉴튼의 사과나무라고 하는 나무도 심어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홍옥사과나무, 뉴턴의 사과나무, 그리고 과수원의 풍경들이 사람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나도 얼른 사진 몇장을 담는다.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다들 한가지 마음으로 이곳을 왔을 것 같다.

바로 팔공산 왕건길을 걸으며 자연과 함께 하고픈 마음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홍옥사과나무가 위치한 이곳이 팔공산 왕건길의 마지막 평광종점인 것 같다.

더이상 길이 없어 가지를 못한다. 

어디로 가야할까?

되돌아가야지 가긴 어디를 가십니까?

함께 한 해설사님의 왕건길에 대한 이야기를 적으며 왕건길을 마무리하려 한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과의 전쟁에서 패하여 송악으로 퇴주하는 길에 이곳의 나뭇꾼에게 밥을 얻어먹는다. 싸움에서 패한 관계로 변장을 하였기에 누구인지 알 지를 못했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 '왕'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찾아보니 이미 왕건이 간 곳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왕을 잃어버렸다'하여 '실왕리', 또는 '시랭이'라고 불리운다고 한다.

이밖에도 왕건과 관련된 지명이 있으니, 도주하던 왕건에게 하늘에 떠 있는 반달이 도주로를 비춰주었던 데서 반야월이라는 지명이 붙여졌고, 안심은 비로서 왕건이 마음을 놓았던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은적사는 앞산의 사찰이름인데, 왕건이 도망치면서 몸을 숨겼다는 데서 유래하며, 이곳에 태조 18년 영조스님이 절을 세워 은적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한 안일암은 도주하던 왕건이 이곳에 편히 쉬었다 갔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 입구에 있는 나무로 지역에 따라 느티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 저 길을 걸어본다.

 

작은 도랑 너머로 보이는 과수원

온통 사과나무 천지다.

 

느티나무 아래 흐르는 작은 도랑

 

와룡정

조선후기의 정자로 단양 우씨의 선조인 용재공 우명재를 봉향하기 위해 건립된 건물로 원래 건너편 산속에 있었는데 현 위치로 이건하면서 동네 어귀 냇가에 와룡지처가 있다고 하여 와룡정이라 붙였다고 한다.

 

경희정

재실로써 단양 우씨 평광동 새거조인 우익신의 10세손인 만희재 영석, 11세손인 단봉 규환, 12세손인 운제 효봉을 위하여 삼대의 추원정으로 1970년에 건립한 건물이다.

 

경희정을 지나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걸으면 세 갈래 길이 나오는데 오른쪽길로 가면 첨백당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홍옥사과나무를 만날 수 있다.

 

 

첨백당

 

첨백당 바깥 마당 한가운데 심어져 있는 소나무

이 소나무에서 사랑의 징표인 하트모양을 찾아 보는 것도 팔공산 왕건길에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첨백당

 

 

 

 

 

담장과 모과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홍옥사과나무

 

 

 

사과나무의 원산지는 발칸반도로 알려져 있으며, 사과에 대한 우리나라 최초 기록은 고려 의종 때 [계림유사(1103)에 '임금', '내'로 처음 등장하며 신품종 사과나무가 처음 들어온 것은 인평대군이 1654년 중국 연경에 갔다가 수레에 싣고 가져온 것으로 [남강만록[에 기록되어 있다.

 

이 홍옥 사과나무는 1935년 우채정씨의 선친이 심은 5년생 홍옥, 국광 등 100여 그루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홍옥(미국 품좀)나무이며, 매년 많은 열매를 맺고 있어 유전자원으로도 그 가치가 크고 우리나라 사과 재배사를 살펴 볼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사과나무라고 한다.

 

특히 이곳 평광사과는

팔공산 자락의 사과재배에 알맞은 자연조건이 잘 갖춰진 청정지역에서 재배되어 당도가 높고 과육이 단단하며, 과즙이 많아 달고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홍옥사과나무의 사과꽃

 

 

뉴턴의 사과나무

 

 

 

 

 

 

 

되돌아 가는 길의 다시 만난 경희정과 와룡정

 

팔공산 녹색길,

 

평광동 마을의 길과 도랑, 사과나무를 사진에 담으며 길을 떠난다.

푸릇푸릇한 새싹들의 향연과 새로운 것에 대한 공부를 함께 한 팔공산 왕건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