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의 길,맛,멋따라♣/절집 여행

[진천여행]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나는 인연을 맺은 진천의 용화사

들꽃(野花) 2012. 6. 28. 06:00

진천의 용화사

 

진천이라, 나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은 곳

어둠이 걷혀가는 시간에 숙소를 나와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긴다.

지금 찾아가는 곳은 진천의 용화사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읍내에서 벗어나 조금만 가면 만날 수 있는 곳

처음에는 진천군의 홈페이지에서 문화재를 검색하다 진천용화사석불입상(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38호)이 보일길래 주소를 확인하니 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아 불상을 찍고, 또 다른 곳으로 갈 예정으로 길을 나선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이었는지, 결국은 용화사의 아름다움에 빠져 두번째는 생각도 못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무엇이 나의 발걸음을 잡았을까?

바로 용화사 경내에 심어져 있는 수 많은 꽃들이 나의 발걸음을 잡은 것이다.

 

어둠이 걷혀가는 시간

이른 시간에 만나는 꽃을 본 적이 있는가?

이슬을 머금은 꽃들을 본다면 이세상 누구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용화사의 아름다운 꽃들을 본 관계로 다음 코스인 보탑사에선 꽃 사진 한장 찍지 않았으니 나의 첫인상이 어떠하였는지는 알고도 남을 것이다.

 

 

용화사와의 첫 인연을 맺은 향달개비 

 

읍내에서 용화사를 찾기 위해 걷는다.

잠을 뒤척이며 잠못이루다 인텨넷 검색을 하고 찾아가는 길

 

왜 잠못이루었을까?

 

큰길이 있어 신호등을 건너니 앞을 가로막는 나즈막한 야산이 나타난다.

왠 야산이 있을까?

그럼 저 야산 너머에.

나의 예상을 적중한다.

야산 왼편으로 난 길을 조금 걸으니 '용화사'를 알리는 커다란 바위돌이 나타나고 그 너머로 사찰 전각이 눈에 들어온다.

 

 

박가범전과 삼성각을 카메라에 담는데  

 

꽃들로 가득한 구석진 곳에서 뭔가를 하고 계신 스님이 한분 계신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꽃 아래의 풀을 제거하고 계신다.

인사를 드린다.

비구니 스님이다. 그럼 이곳은 비구니 스님들이 있는 곳이구나.

스님!

분홍색으로 핀 꽃 이름이 무엇입니까?하고 여쭈니 잘 모르신다고 하신다.

나는 아는척하면서 낮달개비 같다고 이야기를 하고 경내를 사진에 담을려고 한다고 하니 흔쾌히 승낙하신다.

 

문화재를 찾아다니다 보니 사찰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처럼 스님을 만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보통 허락을 득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

 

향기가 많이 난다.

이른 아침에 맡은 꽃향기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물론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사진으로 보는 것하고는 얘기가 되지 않는다고 장담한다.

 

꽃향기를 맞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담장아래를 비롯해 사방이 꽃들로 가득하다. 

아!

제대로 왔구나.

얼른 석불입상을 사진에 담고 꽃을 찍어야지.

 

원추리꽃

붉은 색을 맘껏 뽐내고 있는 원추리

 

오늘 나의 발걸음을 이리로 옮기게끔 만든 석불입상

 

'진천용화사 석불입상'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38호 

진천의 수호신으로 불리는 석불입상으로 석불입상에 얽힌 전설을 보면

'임진왜란 때 왜적들은 덕문 앞들에서 진용을 갖추고 진천 읍내를 향하여 북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적작이 앞을 바라보니 키가 10여척이나 되는 한 대장이 자기들 쪽으로 향하여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깜짝 놀란 적장은 부하들에게 물었다.

"저 앞에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부하들은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가

"네 일원대장이 틀림없습니다. 늠름한 저 모습을 어찌 감당 하겠습니까?라고 하였다.

적장이하 모든 왜적들은 모두가 그 위풍에 눌려 감히 대적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부장이

"만일에 저 일원대장이 우리 진중에 들어와서 칼을 휘두른다면 어느 누가 감히 대적하겠습니까? 빨리 진을 풀고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왜적들은 그 위세에 눌려서 모두 도망을 쳐 당시에 진천읍은 안전하게 지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용화사 석불입상에 얽힌 전설로 진천의 옛 읍지인 상산지 고적조에 전하는 것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진천의 수호신으로까지 불리어지고 있다.

 

 

 

 

진천의 용화사는 안타깝게도 언제 누가 창건했고

원래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또한 언제 폐사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경내에 우뚝 서 있는 석불입상은 왜적을 물리쳐 진천의 수호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러한 전설은 사람들에게 면면히 전해져 공양을 올리게 했고, 1946년 용화사라는 이름의 사찰이 창건되기에 이르렀다.

 

용화사에는 원래 1959년에 건립한 대웅전이 있으나 퇴락하여 지금의 위치에 새로운 법당 건물로 지은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전각을 대웅전이라 하는데, 새 법당에는 '박가범전(薄伽梵殿)이라는 편액이 걸려있다.

'박가범'이란 범어 '바가바(Bhagavat)'의 음역으로 세존, 중우, 파정지라고 번역한다.

대지도론에는 이 '바가바'의 뜻을 덕이 있고, 법의 실상을 잘 분별하고, 명성을 얻는 것이 부처님과 같은 이가 없다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로 볼 때 "박가범전"이라고 전각 이름을 붙인 것은 여래의 열가지 호칭 가운데 하나인 세존(덕을 갖추어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이)이 계시는 집이라는 뜻으로 여겨진다.

 

 

석불입상 옆에 세워져 있는 또 다른 석불입상 

 

 

 

옛 대웅전에 봉안되었던 석가여래좌상을 옮겨 봉안하고 있는 여래전

 

용화사의 전각을 둘러보고 이제는 경내에 아름다운 꽃을 둘러보기로 한다.

 

 

꽃이라

꽃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봐야 한다.

비록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길가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것도 꽃이요,

지금 이곳에 있는 꽃처럼, 정성을 다해 키우고 보살펴주는 꽃도 꽃이다.

다만 어디에 피는 냐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질 뿐

오늘 여기서 보는 모든 꽃들

작고, 크고를 떠나서

꽃의 아름다움을 끝내고 시들어 가고, 가뭄에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도 모두 꽃이다.

 

꽃은 아름다운기여!

 

 

 

나도 아파트 베란다에 나름 식물들을 키우고 있지만(개략 화분이 100여개가 넘는것 같다) 

보통 정성이 아니면 힘드는 것이 꽃을 가꾸는 것이다.

물을 조금이라도 늦게 주면 말라버리고, 양분이 부족하면 성장에 문제가 생기고

누구에게도 맡기면 꼭 사단이 발생하는

나의 손을 기다리는, 나의 정성을 먹고사는 

그것이 바로 식물을 키우는 것이다.

 

 

진천의 용화사

수 많은 화분에, 담장 밑에 심어져 사찰을 찾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해주는 아름다운 꽃

꽃으로 가득한 세상을 여기서 만나게 되니

비록 사내지만 감탄이 안나오면 이상하다 할 것이다.

 

마침

처음 뵌 스님말고 또 다른 스님을 만나는 행운까지

여기의 모든 꽃들을 가꾸고 보살피고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데 모든 정성을 들이는 스님을 만났으니.

스님과 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경내의 이곳 저곳을 안내하며 친절히 설명해주신 스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보세요.

이쁘게 자라고 있죠. 

 

자연을 아는 분

커다란 돌의 약간 평편한 곳에 심어져 있는 '돋나물(돈나물)' 

어찌 저기다가 심을 생각을 하셨을까?

꽃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신 것 같이 느껴진다.

 

 

아름답죠.

그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커다란 잘못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사진에 담아야 하니

못 찍는 사진이지만 한장 한장 정성스레 담아본다.

키우는 분의 마음을 담아서~~~

 

제가 왜 감탄하는 지 아시겟죠.

보세요.

커다란 돌 위에 심어져 있는 꽃들

멋있지 않나요? 

 

나무위로 자연스레 감고 올라가도록 심어 놓은 으아리꽃

보라색꽃이 아침 햇살을 받아 너무나 이쁘게 보인다.

 

한련화 같은데 맞는가요?

콘크리트옹벽과 마당에 깔려있는 자갈땜시, 어쩜 너무 삭막한 느낌을 이 꽃 하나로 모든 것을 날려버렸으니

이런 작은 배려 덕분에 경내가 더욱 멋져 보인다. 

 

코끼리의 등에도, 코 앞에도 

작은 것에도 소홀함이 없은 섬세함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한다. 

 

콘크리트옹벽위에도 새벽공기 마시며 

 

꽃들이 활짝 피워있고 

 

나홀로 피어있으니

다른 꽃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으니  

 

커다란 절구통인가?

그위에 한가득 자라고 있는 돋나물(?) 

푸근함이 느껴진다.

 

 

아주 오래전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을 본적이 있는데

~~~ 

 

 얘는 자주달개비라고 하죠.

 

 얘는 아시죠.

으아리꽃

죽은 나뭇가지를 감고 올라가 꽃을 활짝 피운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멋져요.

이럴 때 멋진 시 한 수 나와야 하는데

~~~

 

 

 

야생으로 자라고 있는 꽃들

심어놓은지 몇년 되어서 이제는 뿌리를 내렸다고 설명하시는 스님과의 꽃 여행은 계속됩니다. 

 

꽃이름은 조금 안다고 자부하였는데

여기 와서는 꼬리를 내리고 스님 말씀을 경청하고 있답니다.

 

 

 

경내에 많은 화분을 관리하시느라 고생이 보통이 아니라고 한다.

실내로 들여났다, 꺼냈다 해야하니

다른 분들이 힘들어하신다고 하네요.

그래도 본인이 워낙 좋아하셔셔 앞으로도 계속 가꾸고 관리할 것이라고 하네요. 

 

 

스님께서 저를 좀 다른 곳으로 안내한다.

푸르름이 가득한 풍경들을 보여주려고 하네요.

경내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니 사찰 앞의 너른 들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절의 위치가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이야 비닐하우수 때문에 느낌이 들하지만 비닐하우스가 없을 때에는 풍경이 정말 좋았다고 합니다. 

 

낮은 야산인데 왠 석축을 저리 쌓았을까 궁금하시죠.

몇년전에 산사태가 났다고 합니다.

건물은 피해를 입지 안았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그래서 석축을 쌓은 관계로 보기가 좋지 않아서 스님께서 석축 아래에 넝쿨 식물들을 심어놓아 몇년 후에는 석축을 푸르게 덮을 것이라고 하네요.

 

 

비록 석축이라고 하지만

그 아래에는 식물들을 가득 심어놓은 것이 보이죠.

요즘 가물어서 성장이 느리지만 잘 자랄거라고 자신합니다.

키우는 분의 정성을 식물들도 알고 있겠죠. 

 

처음에 낮달개비라고 알고 있었는데 스님께서 '향 달개비'라고 가르켜 주네요.

그러고 보니 은은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얘들이 '낮달개비'라고 하는 군요.

자세히 보내 '낮달개비'가 맞네요.

 

얘야 모르는 사람이 있겠습니까?만은

혹시라도 모를까봐 설명을 해야겠죠.

'도라지 꽃'

 

 어느덧 가을인가요?

붉은색 짙은 나팔꽃이 활짝 피웠군요.

색깔이 너무 좋습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군요.

이른 새벽

나 홀로 찾아간 진천의 용화사

아름다운 꽃들을 만나게 되는 행운을 선사해준 용화사

다음 진천에 가면 꼭 찾아가리라 다짐하며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