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의 일상스케치

[나의 고향] 무더운 여름날, 이른 아침에 찾은 고향의 산천

들꽃(野花) 2012. 7. 19. 06:00

[나의 고향] 무더운 여름날, 이른 아침에 찾은 고향의 산천

 

길을 떠납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바로 고향입니다.

어린시절의 추억이 살아 숨쉬는 곳

지금에야 세월이 많이 흘러 어느덧 염색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이가 되었지만, 언제나 마음은 어렸을 적 그대로랍니다.

 

오늘

고향으로 가는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어머니의 생신, 즉 생신을 맞아 작으나마 일가친척과 아버님, 어머님 친구분들을 모시고 고희연을 하기 위해서랍니다.

생신이 마침 토요일날이어서 생일을 당겨하지 않아 참 좋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나와 집사람, 학교에서 늦게 오는 딸래미 때문에 금요일 저녁에 내려가지 못하고 토요일 새벽에 출발합니다.

새벽 4시 40분 출발

제천까지 쉬지 않고 고속도로를 이용해 가면 2시간 20분 소요

부지런히 가야 시골분들의 아침식사 시간에 맞출 수가 있답니다.

시골분들의 식사시간은 워낙 빨라서 도회지의 아침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중앙고속도로와 만나는 만종분기점을 지나는데 조카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지금 어디냐고요. 만종분기점지나고 있다고 하고 이른 아침의 공기를 마시며 갑니다.

제천IC를 지나고 영월로 가는 국도를 이용

제천시 송학면 장곡리 시골에 들어가니 어르신들을 포함 모두들 언제들어오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도착하였음을 인사드리니 아침식사 하자고 하네요.

이미 준비를 다하고 계셨나봅니다.

만종분기점에서 시골집까지 도착시간을 고려해 아침상을 준비한 모양입니다.

 

아침상에 어머님 칠순을 알리는 케익이 올라가고, 노래와 케일 자르고 아침식사를 합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논에 벼가 얼마나 자랐는지 카메라를 가지고 논으로 갑니다.

 

지금부터는 마을 주변의 풍경입니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의 나가 살았던 고향을 구경해보세요.

 

언제나

그자리에 있는 앞산

부시시한 눈을 뜨며 일어나 집밖으로 나가면 언제나 나를 맞아준 앞산이랍니다.

앞산

고향에서의 추억이야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있겠지요.

다만 차이만 있을 뿐

 

 

 

하얀색 쏘나타, 나와 함께 하는 승용차죠.

그리고 빨간 지붕의 집이 고향집이랍니다.

어린 기억으로 돌아간다면

초가집이었고, 초등4학년 임자년에 수해가 났을 때 저 집을 지었었죠.

그 수해로 인해 오른쪽에 있던 초가집이 무너져 버린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집을 지을 목재가 마당에 두둥실 떠다니는 기억도 나네요.

 

옥수수

아버지가 슬며시 가시더니 옥수수 하나를 까봅니다.

아마 자식들, 손주들 주고픈 마음에 옥수수가 여물었나 확인하나 봅니다.

 

집 뒤안으로 가보면

봄에는 모란, 작약도 피고 병아리꽃이 하얀 꽃망울을 떠뜨릴 때 참 이쁘답니다.

 

 

슬슬 논으로 가려합니다.

저기 잘 보이실라나 딸래미가 아빠 카메라를 보더니 만세를 부르고 있네요.

귀여운 놈

 

 

들깨도 심어져 있네요.

이 밭을 텃밭이라고 하는데요.

예전에는 논이었답니다.

경운기로 흙을 파다가 메워서 밭을 만들었답니다.

작은 경운기로 흙을 퍼날렀으니 몇날 며칠을 했는지 기억도 안납니다.

아버지, 형, 나 이렇게 했으니 말입니다.

 

 

저 앞쪽 제방 밑이 아버지가 농사짓는 논입니다.

 

바로 앞의 논이

우리네 식구들 밥줄이죠.

벼농사를 지어서 시골 올 때마다 한가마니씩 쌀을 차에 실어 보내죠.

매년 모내기와 탈곡할 때 시골에 내려가는 데

올해는 아버지가 평일에 모내기를 하는 바람에 내려가지 못했네요.

 

 

 

 

저 멀리 안개가 끼어 있는 산이 송학산이랍니다.

여기 주소가 송학면 장곡리

송학면이 저기 송학산이 있어서구요.

송 소나무가 많이 있죠. 학, 백로가 참 많답니다.

 

그리고 장곡이라 긴장(長), 골곡(谷) 긴 동네입니다.

제천쪽에서부터 동네이름을 말하면

샘골, 마을 입구에 샘이 있죠.

가둑,

번자리, 내가 사는 동네, 마을 회관이 있죠.

임자동, 임자년 수해가 났을 때 집들이 많이 잠기고 무너지고 하여서 새로이 마을이 만들어 진 곳이죠.

일골

백두둑,

뭐 이런식으로 마을이 하천을 따라 길게 놓여 있어서 장곡이랍니다.

 

망초가 활짝 피어있네요.

 

송학산 좌측에 보이는 공장이

시멘트를 생산하는 아세아시멘트회사랍니다. 코끼리표 시멘트라면 아시겠죠.

저기 시멘트 회사 바로 위에가 입석리라하여 그곳에 있는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를 다녔죠.

약 1.7km정도의 거리를 6년동안 걸어다녔는데

요즘은 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 같네요.

 

 

어제 비가 내려서 물이 많습니다.

 

예전에 이곳이 우리 논이 있던 자리입니다.

당시에는 하천 너머에 논이 있었는데 경지정리하면서 하천을 앞산쪽으로 옮기는 바람에 논이 사라져 버렸답니다.

 

 

 

 

그리고 앞산 아래에 집이 몇채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없어져버렸네요.

 

 

 

낚시하고, 물놀이하고

지금도 보가 있지만 예전에도 보가 있어서 놀기에는 최고였죠.

겨울에는 스케이트도 탈 정도로 넓었고 여름에는 능수버들 늘어진 곳에 손을 넣어 메기, 빠가사리 등 물고기를 잡고 놀았던 곳입니다.

 

 

자귀도 피어있네요.

 

 

 

 

하천을 배경삼아 하늘이 너무 멋있네요.

 

 

장곡마을회관

나의 마을인 번자리에 있는 회관입니다.

 

우리집이 어딜까요?

산 밑 가운데 빨간색의 지붕이 두채 보이죠.

오른쪽에 있는 집이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나의 고향집입니다.

 

버스정류장

지금은 위치가 바뀌었지만 마을 사람들이 이용하는 버스정류장이죠.

이곳에서는 모두 제천역이 시발점이랍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

길 오른쪽에 꽃들이 심어져 있네요.

바로 앞의 집이 보이죠.

저 집 앞마당이 예전의 길이랍니다. 저곳에서 버스를 타고 중학교와 제천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 이용하던 버스정류장이 있던 곳입니다.

그렇다면

저 집과 지금 내가 서 있는 제방과의 사이가 바로 하천이 있던 곳이죠.

 

 

 

부모님이 농사짓으시는 논

 

 

 

보또랑에 개구리밥이 가득 있어서 한장 담아봅니다.

보또랑이 뭘까요?

작은 도랑을 말하는 데 예전에 그렇게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잘 자라고 있죠.

 

 

잘 자라 주어야 가을부터 내년까지 나의 일용할 양식이 되는 거죠.

가뭄은 신경을 안쓰는데

태풍이나 집중호우땜시 매년 고생이 많답니다.

논이 제일 아래여서 물이 모두 이곳으로 모여서 논을 덮어버리기 일쑤랍니다.

작년에도 그래서 소출이 1/3정도 감소했다고 합니다.

작년 집중호우땐 이곳이 모두 잠겨버렸으니 그 장면을 상상이 갑니까?

답답할 뿐이죠.

 

 

작년까지 없었는데

길가에 꽃이 있으니 넘 좋네요.

 

역광으로 한장 찍어봅니다.

 

전봇대에 나를 숨기고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한장 담아봅니다.

여기 보이는 모든 뜰이 물에 잠겼지요.

 

송학을 설명할 때

학,  즉 백로가 많다고 하였지요.

마침 아침에 힘차게 날고 있는 백로가 눈에 보이네요.

 

 옥수수가 잘 익어가길 바랍니다.

참고로

이곳에서는 옥시기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포도송이가 참 실하게 대문 위에 주렁주렁 달려있네요.

누구입에 들어갈까요? 

 

 

그리고 주변관광지로는

한반도지형을 닮은 곳이 그리 멀지 않죠.

다음날 새벽에 홀로 갔다왔답니다.

그리고 생육신 중 한분인 원호선생과 관련된 유허비와 관란정이 가까운 곳에 있답니다.

원호선생이 이곳에서 표주박에 음식을 담아 강물에 띄우면 영월 청령포에 있는 단종이 받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죠.

 

강과 산이 있는 곳

바로 나의 고향이랍니다.